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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예희 sketch L 121-1 the city 10 oil on canvas 72.7x100cm 2021.JPG

Ordinary Rainbow

​일상 무지개

Yehee Lee

2021.12.16 - 2022.01.02

나의 작업의 주제는 ‘양면성’이다. 삶과 죽음, 성장과 고통 같은 양가 가치의 공존에 관심이 있었다. 자라나는 식물, 운동하는 사람, 하늘로 올라가는 도시의 풍경 등 다양하지만 조금은 무거운 소재를 통해 이를 표현해왔다. 더불어 그림의 확장을 고민하며 좌우가 바뀔 수 있는 두폭화를 그리거나, 그림을 거울과 함께 설치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www.leeyehee.com)
근래에는 작업보다는 미술을 가르치며 주어진 삶을 영위했다.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은 작업에서 조금 멀어져 그 가치를 재고하고 미술을 관조하는 시간이었다. 한편 순수하고 맑은 학생들과 그들을 닮은 그림을 만나는 일은 매우 즐거울 뿐 아니라 잊고 있던 감수성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언젠가 나와 그림만 있는 방으로 돌아갈 때를 위해 내공을 쌓는 기회가 되는 듯 하다.
 
다시 작업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물을 때, 거대 담론보다는 부담 없이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들에 눈길이 갔다. 런던에 있을 때 만난 도시의 이미지,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지나치는 풍경, 소소한 취미활동이나 여행 중에 만나는 평범한 장면을 각색하고,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무지개의 모양 또는 색을 더하였다.
 
무지개는 대기 중 수증기에 의해 태양 빛이 굴절/반사/분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특별한 날, 잠시 동안 빛나니 늘 애틋하고 황홀하다. 물리적으로 다가갈 수 없기에 이상적이고,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달라 보이고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기독교에서는 대홍수 후에 하나님이 인간에게 내린 언약의 증거라는 점에서 소망의 상징으로서 의미가 있다. 무지개는 우리의 눈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나는 예전에 테마 색으로 그림의 주제 부분에 산호 빛 형광 핑크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다채로운 무지개로 관심을 확장하면서 더욱 감각적인 빛과 다양한 색의 사용에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더 즐겁고 편안하게 그려나갈 수 있어 긍정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친 일상에 작업을 통해 희망의 무지개를 띄우고 싶다. 일상적 그림에 함께하는 환상적인 무지개가 고단한 우리 삶을 격려하고 치유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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