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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Gaze Travels Through Space

​우리의 시선은 공간을 배회한다

JUN JINPYO

2021.11.04 - 2021.11.21

우리는 보기 위해 우리의 눈을 사용한다. 우리의 시야視野는 우리에게 한정된 하나의 공간을 드러내 보여준다.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다 금세 멈추고, 크게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막연하게 둥근 무엇. 사팔눈을 뜨면, 우리는 우리의 코끝을 볼 수 있다. 눈을 올리면 위에 있는 것이 보이고, 눈을 내리면 아래에 있는 것이 보인다. 머리를 한 방향으로 돌려보고 반대 방향으로 돌려봐도,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보이지는 않는다. 뒤에 있는 것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몸을 올려야만 한다.

 

우리의 시선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우리에게 입체감과 거리에 대한 착시를 심어준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공간을 구축한다.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 앞과 뒤, 가까운 곳과 먼 곳으로 이루어지는 공간.

 

아무것에도 시야가 막혀 있지 않을 경우, 우리의 시선은 아주 멀리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는다면, 시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은 그것이 마주하는 것만을 본다. 공간, 그것은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이고, 시선이 그 위에 둑을 만드는 것이다. 장애물이며, 벽돌이자, 각이고, 소실점이다. 공간, 그것은 시선이 하나의 각을 만들 때, 멈춰설 때, 다시 출발하기 위해 회전해야만 할 때 발생한다. 공간, 그것은 외부원형질적인 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공간은 가장자리를 지니고,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않으며, 철도 레일들이 무한대에 이르기 훨씬 전에 만나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것을 행한다.

 

조르주 페렉, 『공간의 종류들』, 김호영 역, 문학동네, 2019, p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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