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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erature of Space

Seoulyoung Lee

2021.08.12 - 08.29

우리는 일상에서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손쉽게 가상세계에 접속하며, 현실 공간 속에 가상의 공간이 열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인터넷 가상공간이 물리적인 환경을 잠식하며 우리의 현실과 뒤섞여가듯이, 나는 실제 공간과 사물의 모서리에 라인테이프를 붙이거나 직접 외곽선을 그려 넣음으로써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속에 가상의 공간을 덧입힌다.

 

〈The Space – Photo Drawing〉 연작은 실제 공간과 사물의 모서리에 라인테이프를 부착한 후 이를 촬영한 사진으로, 작은 트릭을 통해 2차원과 3차원, 실제와 이미지의 미묘한 간극을 보여준다. 실제 대상을 촬영했음에도, 라인테이프에 의해 분할되어 선과 색면으로 구성된 화면은 마치 그림처럼 보여진다. 실제 공간과 사물에 부착된 라인테이프는 현실 세계인 일상 속 대상의 외곽을 강조함으로써 그 존재를 부각시키지만, 원근과 양감을 감소시켜 평면화함으로써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실재하는 대상에 대한 재고찰을 유도한다.

 

라인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은 이후, 실제 사물의 모서리에 외곽선을 그려 넣는 〈Moving Drawing〉 연작으로 이어진다. 손으로 그 형태를 더듬으며 직접 선(線)을 그려 넣은 실제 사물들은 ‘어떤 형상을 드로잉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입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평면과 입체 사이에 실재하는 사물들은 그것들이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과 호흡하고, 관람자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진다. 그림이 지워지기도 하고 더 그려지기도 하는 것처럼, 관람자가 주도하는 움직임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지기도 하고 다시 보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게 된다.

 

〈My Artwork Box〉 연작은 〈Moving Drawing〉 연작과 연계된 페인팅이다. 모든 모서리에 검은 선이 둘러진 캔버스는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실제 ‘캔버스’라는 사물의 검은 모서리 선과 이미지 속의 검은 선이 만나 마치 실제 상자와 같은 공간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착시효과를 주었다. 그림으로 재현된 대상들 중 갤러리 공간에 실재하는 요소들을 찾아보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이미지와 갤러리 공간 사이에서 확장된 공간의 개념을 체험하게 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공간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 인식된다. 나는 현실의 모방, 재현이라는 원리 속에서 사진·설치·회화 등 다양한 미술의 매체와 장르를 혼합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입체, 현실과 이미지가 혼재된 공간을 작업으로 구체화하며 공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매체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실재와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2차원과 3차원의 경계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제3의 공간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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